경보 하나는 무의미했다. 150개 중 15%가 함께 울릴 때는 달랐다

지난 글에서 버블 감지기를 만들어 나스닥, 비트코인, 엔비디아, 코스피에 돌렸어요. 결론은 냉정했죠. 감지기는 버블을 정확히 잡아내지만, 그 경보를 믿고 팔면 다섯 자산 전부 손해였어요. 경보 뒤에 시장은 중앙값으로 두 배가 더 올랐으니까요.

그런데 글을 쓰고 나서 한 가지가 계속 걸렸어요. 자산 네 개는 너무 적지 않나. 한 자산의 경보가 무의미하다는 건 알았는데, 여러 자산이 동시에 울리면 어떨까. 그래서 유니버스를 150개로 넓혀 2000년부터 매주 돌려봤어요. 미국 대형주 35개, 한국 대형주 22개, 섹터와 국가 ETF 40개, 원자재와 채권 17개, 통화 12개, 암호화폐 10개, 지수 14개예요.

결론부터 말하면, 개별 경보는 여전히 예측이 아니었지만, 몇 개가 동시에 울리는지를 세자 처음으로 지수의 1년 뒤와 연결되는 숫자가 나왔어요. 그리고 그 전에 분석을 한 번 통째로 뒤집어야 했던 함정이 있었죠.

150개 자산 버블 폭 분석을 한 장으로 정리한 인포그래픽 — 방향을 나눈 폭 시계열, 버블 폭별 S&P500 1년 수익, 폭락 폭별 수익, 고폭 국면 표, 개별 경보 대 동시 경보, 현재 상태

분석 전체를 한 장으로 정리했어요. 숫자와 표는 여기에 다 있고, 아래 글은 이야기로 풀어요.

첫 결과가 이상했어요

150개를 돌린 첫 결과에서 경보 비율이 가장 높았던 주를 찾아봤어요. 2008년 11월이었고, 자산의 56%가 경보 상태였죠. 그럴듯하죠? 그런데 그때는 버블이 아니라 폭락이었어요. 리먼이 무너지고 두 달 뒤예요.

이유는 감지기의 성격에 있어요. SADF 검정은 “가격이 폭발적으로 움직이는가”만 물어요. 위로 폭발하든 아래로 폭발하든 같은 통계량이 나오죠. 2008년 11월에는 국채와 달러와 엔화가 위로 폭발하고, 주식과 원자재가 아래로 폭발했어요. 감지기 입장에선 전부 “폭발”이었던 거예요.

지난 글에서도 이 문제를 잠깐 만났었는데, 150개로 넓히니 그게 결과 전체를 오염시켰어요. 그래서 각 경보를 직전 26주 추세의 부호로 나눴어요. 오르는 중에 폭발하면 버블 경보, 내리는 중에 폭발하면 폭락 경보. 아래 숫자는 전부 이렇게 나눈 뒤의 것이에요.

150개 자산 × 주간 경보 히트맵. 붉은 칸이 버블 경보, 청록이 폭락 경보

자산 150개, 주 1,394개. 2008년 하반기의 청록 기둥이 방향을 나누기 전에는 전부 붉은색이었어요.

폭이라는 새 지표

각 주마다 “150개 중 버블 경보인 자산의 비율”을 셌어요. 이걸 버블 폭이라고 부를게요. 폭락 경보의 비율은 폭락 폭이고요.

매주 버블 폭과 폭락 폭, 그리고 클래스별 버블 폭

위 그림에서 붉은 산이 버블 폭, 아래로 뻗은 청록 골짜기가 폭락 폭이에요. 2007년, 2018년 초, 2021년, 그리고 2026년 초에 붉은 산이 높고, 2008년 말과 2020년 3월에 청록 골짜기가 깊죠. 눈으로 봐도 이 지표가 뭔가를 재고 있다는 느낌이 와요.

그래서 정직하게 물어봤어요. 버블 폭이 높은 주에 S&P500을 샀다면 1년 뒤 어땠을까.

동시에 울리면 달랐어요

버블 폭이 15%를 넘은 주는 26년 동안 123주였어요. 그 주들에서 S&P500의 12개월 뒤 수익률 중앙값은 −6.8%, 플러스로 끝난 비율은 35%였어요. 나머지 기간은 중앙값 +11.6%, 플러스 확률 70~90%였고요. 폭이 20%를 넘으면 더 나빠져요. 중앙값 −11.3%, 플러스 확률 16%.

개별 경보와 정반대죠. 한 자산의 경보 뒤에는 그 자산이 중앙값 +37% 더 올랐는데, 150개 중 15%가 동시에 경보이면 지수는 1년 뒤 대개 제자리거나 아래였어요. 경보의 개수가 아니라 방향과 동시성이 정보였던 거예요.

폭락 폭은 거울처럼 반대였어요. 하향 폭발이 10%를 넘은 40주에 샀다면 12개월 뒤 중앙값 +22.3%, 플러스 확률 90%예요. 2008년 11월, 2009년 3월, 2020년 3월이 여기 들어가요. 지난 글에서 “폭락이 멈추면 롱”이 유일하게 살아남은 전략이었는데, 이번 결과가 그걸 150개 자산으로 다시 확인해 준 셈이에요.

그 국면들을 하나씩 보면

버블 폭이 4주 평균 15%를 넘은 구간을 시간순으로 놓으면 이래요. 2007년 5~8월과 9월~2008년 1월, 두 구간 뒤에는 각각 −11%와 −34%가 왔어요. 2018년 1월은 27%까지 치솟았지만 1년 뒤 +1.6%로 예외였고요. 2021년의 긴 구간 뒤에는 −20%가 왔어요. 그리고 2025년 12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최고 26%, 4월부터 7월까지 22%짜리 구간이 있었는데, 이건 아직 1년이 지나지 않았어요.

여기서 정직하게 짚을 게 있어요. 독립 구간이 26개라고 세긴 했지만, 실제로는 2007, 2018, 2021, 2026 네 덩어리에 몰려 있어요. 표본이 넷이라는 뜻이에요. 셋 중 둘이 맞았고 하나는 틀렸어요. 방향은 일관되지만 이것만으로 통계적 확신을 말할 수는 없어요. 이 지표는 확률을 조금 기울이는 계기판이지 타이밍 기계가 아니에요.

클래스마다 성격이 달라요

경보의 성격은 자산군에 따라 꽤 달랐어요. 암호화폐 경보는 극단이에요. 경보 뒤 고점까지 중앙값 +281%가 더 오르고, 그 뒤 −77%가 와요. 원자재, 채권, 통화의 경보는 반대로 거의 의미가 없어요. 1년 뒤 중앙값이 1~4%예요. 변동성이 낮은 자산에서는 “폭발”의 문턱 자체가 낮아서 경보가 별 정보를 담지 못하는 거죠.

미국 대형주는 경보 뒤 +64%로 후하게 나오는데, 이건 오늘 살아남은 종목 35개를 고른 생존 편향이 섞여 있어요. 애플과 엔비디아의 경보는 결국 다 옳았으니까요. 그 시절 함께 경보였다가 사라진 종목들은 이 표에 없어요.

누가 먼저 울리는지도 봤어요. 암호화폐의 버블 폭이 미국 대형주의 버블 폭보다 약 22주 앞서고, 한국 대형주가 약 20주 앞서요. 재미있는 순서지만 사이클이 서너 개뿐이라 참고만 하세요.

지금은 어디쯤일까요

9월 18일 마감 기준으로 버블 폭은 13.3%, 역사 백분위 87이에요. 2월에 26%, 4월부터 7월까지 22%였던 고폭 국면을 막 지난 자리예요. 폭락 폭은 2.7%로 낮고요.

지금 버블 경보 중인 자산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구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KB금융, 신한지주, 반도체 ETF, 코스피, 나스닥, S&P500 등 20개예요. 반도체와 한국 금융과 미국 메가캡에 몰려 있죠. 반대로 코스트코, 월마트, 금은 하향 폭발 중이에요.

이 이야기의 교훈

감지기의 쓸모는 한 자산이 아니라 시장 전체에 있었어요. 지난 글에서 “경보는 팔라는 뜻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그 말은 여전히 맞아요. 다만 한 줄이 더 붙어요. 150개 중 15%가 함께 울리면, 그건 팔라는 뜻은 아니어도 레버리지를 줄이라는 뜻이에요.

그리고 방법론 쪽 교훈 하나. 이번 분석은 방향을 나누기 전에는 아무 패턴도 없었어요. 버블과 폭락이 한 통계량에 섞여 서로를 지웠거든요. 지표를 넓힐 때는 그 지표가 정확히 무엇을 재는지 먼저 물어야 해요. 150개로 늘리는 것보다 그 질문이 결과를 바꿨어요.


데이터: yfinance 주봉 종가 2000~2026, 150개 자산. SADF 최소 창 52주, 임계값은 무작위 걸음 300경로 몬테카를로 95%. 방향은 직전 26주 로그수익률 부호. 선행수익은 S&P500 종가 기준, 배당 제외. 미국 대형주 35개는 현재 시가총액 상위로 골라 생존 편향이 있어요. 지난 글: 버블을 수학으로 판정할 수 있을까.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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