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트레이딩의 네 계층

지난 글에서 달러와 영원히 묶여 움직이는 자산은 하나도 없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그럼 이런 질문이 남죠. 되돌아오는 관계가 없다면, 퀀트는 도대체 뭘 거래하는 걸까요?

답을 한 줄로 먼저 말씀드리면 이래요. 달러가 다음 달에 오를지 내릴지는 사실상 예측이 안 돼요. 그런데 다음 달에 얼마나 출렁일지는 꽤 잘 예측돼요. 그 차이가 수천 배예요. 그러니 방향이 아니라 출렁임을 거래해야 해요.

백테스트 수치와 근거는 아래 한 장에 다 담았어요. 글에서는 이야기만 따라가 볼게요.

달러 트레이딩의 네 계층 분석을 한 장으로 요약한 인포그래픽 — 백테스트 결과, 샤프 상한, 네 계층 구조, 실무 원칙


먼저, 죽은 것부터 확실히 묻고 갈게요

가장 흔한 전략부터 실제로 돌려봤어요. “금이 달러 대비 평소보다 많이 벌어졌네? 곧 돌아올 테니 반대로 베팅하자”는, 이른바 역추세 전략이에요. 22년치 데이터로 검증한 결과는 잔인했어요. 여섯 개 자산 중 네 개가 손실이고, 특히 금은 통계적으로도 뚜렷하게 돈을 잃는 전략이었어요. 벌어진 갭이 돌아온 게 아니라 더 벌어졌거든요.

“호주달러는 금을 따라간다”, “노르웨이 크로네는 유가를 따라간다” 같은 트레이딩 데스크의 오랜 통념들도 하나씩 확인해봤는데, 2005년 이후로는 어느 것도 성립하지 않았어요.

되돌아온다고 해도, 벌 수 있는 돈에는 천장이 있어요

한 발 양보해서, 정말 되돌아오는 관계를 찾았다고 해볼게요. 그래도 문제가 남아요. 이런 전략의 수익성은 갭이 얼마나 크게 벌어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돌아오느냐가 전부예요. 그리고 환율 세계에서 그럴듯해 보이는 관계들은 돌아오는 데 1년 넘게 걸려요. 이 속도로는 이론상 최고 성적조차 변변치 않아요.

더 곤란한 문제도 있어요. 시뮬레이션을 3,000번 돌려서 확인해보니, 진짜 되돌아오는 관계를 거래한 성적과, 아무 관계도 없는 걸 운 좋게 거래한 성적이 넓게 겹쳐요. 20년짜리 백테스트에서 괜찮은 성적이 나와도, 그것만으로는 진짜인지 운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는 뜻이에요. 구분하려면 성적표가 아니라 “왜 돌아오는가”라는 이유가 필요해요.

그래서 지도를 다시 그렸어요 — 네 계층

달러와 관련된 거래를 “왜 수익이 나는가”를 기준으로 네 층으로 나눠봤어요.

1층은 기계적으로 묶인 것들이에요. 달러인덱스 선물과 그걸 구성하는 통화 바스켓처럼, 회계적으로 같은 물건이라 벌어지면 반드시 닫히는 관계요. 확실한 대신 수익이 아주 얇고, 그마저도 은행의 대차대조표라는 비싼 자원을 써야 얻을 수 있어요. 말하자면 알파가 아니라 임대료예요.

2층은 중앙은행의 약속이에요. 지난 글의 덴마크 페그처럼, 누군가 실제로 지키고 있어서 돌아오는 관계요. 평소엔 꾸준히 벌리는데, 약속이 깨지는 날 하루에 전부를 잃어요. 2015년 스위스 중앙은행이 유로 하한선을 포기한 날, 환율이 몇 분 만에 20% 넘게 움직이면서 이 베팅을 하던 브로커 여럿이 실제로 파산했어요. 이 층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약속이 깨질 때 돈을 버는 쪽(옵션 매수)에 서는 거예요.

3층은 보험료 받기예요. 고금리 통화를 사고 저금리 통화를 파는 캐리 트레이드가 대표적인데, 이건 위기 때 크게 잃어주는 대가로 평소에 조금씩 받는 보험 장사예요. 문제는 요즘처럼 각국 금리가 비슷해진 시대엔 보험료 자체가 없다는 거예요. 실제로 2004년 이후 성적을 보면 수익은 0과 구분이 안 되는데, 2008년 위기 때의 큰 손실은 그대로 남아 있어요. 받을 게 없는데 리스크만 지는 최악의 조합이죠.

4층이 진짜 남은 곳이에요. 방향은 예측이 안 되지만 변동성은 돼요. 이번 달에 출렁였으면 다음 달에도 출렁일 확률이 높고, 통화들 사이의 상관관계도 꽤 예측 가능하게 움직여요. 변동성을 사고팔고, 상관관계를 거래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헤지 비율을 조절하는 것 — 예측 가능성이 실증적으로 확인되는 건 여기뿐이었어요.

덤: 이번 분석에서 직접 걸려든 함정 하나

작업 중에 성적이 아주 좋아 보이는 전략이 하나 튀어나왔어요. 알고 보니 데이터 처리 방식이 만든 신기루였어요. 월”평균” 가격을 쓰면 평균을 내는 행위 자체가 없던 추세를 만들어내거든요. 월말 가격으로 바꾸니 성적이 3분의 1로 줄었어요. 백테스트가 좋아 보일 때 제일 먼저 의심해야 할 건 전략이 아니라 데이터예요.

정리하면

달러를 거래한다는 건 달러의 방향을 맞추는 게 아니에요. 달러가 만들어내는 구조와 리스크를 거래하는 거예요. 확실한 것(1층)은 얇게 벌리고, 약속(2층)은 깨지는 쪽에 대비해야 하고, 보험(3층)은 보험료가 있을 때만 팔아야 하고, 예측이 실제로 되는 건 출렁임(4층)뿐이에요. 그리고 “벌어졌으니 돌아온다”는 수준 회귀 전략에는 — 지난 글과 이번 글이 같은 답을 줘요 — 배분할 자리가 없어요.


투자 자문이 아니라 방법론 분석이에요. 여기 나온 어떤 전략도 그대로 실행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고, 백테스트 수치와 한계는 위 인포그래픽에 정리되어 있어요.

응답

  1. 달러와 함께 움직이는 자산은 없다 – StreetSmart 아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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